코스피가 한 달 만에 고점 대비 40% 넘게 급락하면서 ‘빚투’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고 있다. 반대매매가 잇따르며 신용융자 잔액은 6개월여 만에 30조원 아래로 떨어졌고, 개인 수급이 약해지면서 향후 반등 여부는 외국인 자금 유입에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지난달 31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28조9350억원으로 집계했다. 30조원 아래로 내려온 것은 약 6개월 만으로 올해 최고치였던 6월 24일 38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한 달여 만에 약 10조원, 전체의 4분의 1 이상이 줄었다.
예탁증권 담보융자 잔액도 지난달 말 25조4493억원으로, 3월 5일 28조1000억원보다 약 3조원 감소했다.
신용융자는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대표적인 빚투 지표다. 예탁증권 담보융자는 보유 주식을 담보로 현금을 빌리는 상품이다. 두 잔액이 함께 줄었다는 것은 증시 급락과 반대매매 여파로 주식을 활용한 레버리지 수요 전반이 위축됐다는 의미다.
지난달 19일 장중 9384.59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같은 달 29일 5262.77까지 밀리며 43.9% 급락했다. 이후 6300선을 회복했지만 투자심리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잇따른 변동성 장세에서 반대매매가 급증한 것도 신용잔고 감소를 부추겼다. 지난달 반대매매 규모는 약 1조원에 달했다. 특히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한 28~29일 이후 30일 1038억원, 31일 1220억원의 반대매매가 발생했다.
주가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떨어지면서 강제 청산이 늘고, 추가 손실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스스로 신용을 상환하는 사례도 잇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코스피는 연초 이후 상승분의 60% 이상을 반납했다. 모건스탠리의 ‘항복지수(Capitulation Index)’도 지난달 30일 기준 -2.53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3.1 수준을 제외하면 역대 최저권으로, 투자자들의 투매와 비관 심리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모건스탠리는 악재가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되면서 시장이 사실상 ‘리셋’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다만 레버리지 규제 강화와 개인투자자 이탈로 국내 수급 기반이 약해진 만큼 하반기 증시 방향은 외국인 자금에 달렸다고 전망했다.
석준 모건스탠리 한국전략총괄은 “신용융자 잔액이 6월 말 고점 대비 큰 폭으로 줄어 시장에서 디레버리징이 진행되고 있다”며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외국인 자금 재유입이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개인 순매수가 코스피 7000~8500선에 집중된 만큼 지수가 7000~8000선에 진입하면 손실 축소와 시장 이탈을 위한 매물이 꾸준히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8월 코스피가 급락 이후 반등을 이어갈 수는 있지만 5~6월과 같은 강한 상승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AI 투자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 중국 반도체 채택 여부 등을 확인하면서 외국인 순매수를 중심으로 완만한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인 이탈은 증시 대기자금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6월 4일 139조원대까지 늘었던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말 104조원대로 감소했다. 신용융자와 예탁금이 동시에 줄면서 개인 중심의 레버리지 투자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객예탁금 감소와 반대매매 증가로 수급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동안 코스피 상승 과정에서 개인이 큰 역할을 했던 만큼 수급 약화는 지수 상승 속도를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