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짐 크레이머 CNBC 진행자가 양자컴퓨터가 비트코인의 암호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이유로 보유 중인 비트코인(BTC)을 전부 매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그의 투자 판단과 반대로 움직이는 ‘역크레이머(Inverse Cramer)’ 밈이 다시 확산되며 오히려 매수 신호라는 반응이 나왔다.
코인텔레그래프는 4일(현지시각) CNBC ‘매드머니(Mad Money)’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가 양자컴퓨터 위험을 이유로 자신이 보유한 비트코인을 모두 매도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크레이머는 CNBC 방송에서 “내 비트코인은 팔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방송에 출연한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을 근거로 들었다.
크리슈나는 방송에서 “향후 3~4년 안에는 양자컴퓨터가 디지털자산(가상자산)에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며 크레이머에게 “편집증적(paranoid)일 정도로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같은 날 비트코인은 약 1.7% 상승해 6만3500달러를 웃돌았지만, 연초 대비로는 약 27% 하락한 상태였다고 코인텔레그래프는 전했다.
“크레이머가 팔면 사야 한다”
시장 반응은 의외였다. 크레이머의 매도 선언이 알려지자 디지털자산(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역크레이머’는 크레이머의 투자 의견과 반대로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월가의 대표적인 밈이다.
아치 스펜서 GRIT 트레이딩 아카데미 창업자는 “크레이머가 판다면 이제 살 때”라고 말했다.
가명 투자자 ‘비트코인 앤드 바벨스(Bitcoin & Barbells)’도 “크레이머가 매도하라고 말할 때마다 비트코인을 추가 매수해왔다”며 “2018년부터 그렇게 해왔는데 역크레이머 전략은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고래는 움직이고 거래는 줄었다
코인텔레그래프는 룩온체인(Lookonchain)을 인용해 고래 지갑 ‘bc1qpt’가 약 7개월간 움직이지 않았던 1만6400BTC, 약 10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새로운 지갑으로 모두 옮겼다고 전했다.
카이코(Kaiko) 자료를 인용한 코베이시 레터(The Kobeissi Letter)에 따르면 주요 44개 현물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의 일평균 거래 규모는 지난주 약 150억달러로 줄었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며, 1월 고점과 비교하면 약 70% 감소한 수치다.
코베이시 레터는 “디지털자산 시장의 유동성이 빠르게 말라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자컴퓨터 위협, 전문가들도 엇갈린 전망
양자컴퓨터가 언제 비트코인의 암호체계를 위협할 수 있을지를 두고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크게 갈린다.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애덤 백 블록스트림(Blockstream)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1월 비트코인이 향후 20~40년 동안은 의미 있는 양자컴퓨터 위협에 직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번스타인(Bernstein)은 올해 4월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이 향후 3~5년 안에 양자내성(Post-Quantum) 보안 체계로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레이시 장 비트겟 월렛(Bitget Wallet)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애덤 백의 전망이 보다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평가”라며 “비트코인 암호체계를 실제로 무력화할 수 있는 수준의 양자컴퓨터가 향후 10년 안에 등장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비트파이넥스(Bitfinex) 애널리스트들도 코인텔레그래프에 “향후 3~4년 안에 양자컴퓨터가 비트코인을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이들은 “양자컴퓨터가 현실화되더라도 영향을 받는 것은 비트코인만이 아니라 현재 암호기술에 의존하는 전통 금융 시스템과 핵심 디지털 인프라 전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