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비트코인(BTC) 하드웨어 지갑 콜드카드(Coldcard)의 펌웨어 취약점을 악용한 해킹 피해가 1억달러를 넘어섰다. 갤럭시리서치는 세 차례 공격으로 최소 1596BTC가 탈취됐으며, 네 번째 공격이 이어질 경우 피해 규모가 1억3000만달러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비드 슈워츠 리플 명예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기보관(Self-custody)도 예외 없는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인게이프(CoinGape)는 4일(현지시각) 갤럭시리서치 분석을 인용해 콜드카드 비트코인 지갑 해킹으로 확인된 피해 규모가 1596BTC, 약 1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갤럭시리서치는 현재까지 확인된 세 차례 공격 외에도 네 번째 공격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으며, 피해액이 최대 1억3000만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인게이프에 따르면 이번 사고의 원인은 2021년 3월 배포된 콜드카드 펌웨어 4.0.1 버전의 구현 오류다. 해당 버전은 시드 생성 과정에서 하드웨어 기반 난수 생성기(TRNG)를 정상적으로 사용하지 못했고, 대신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한 소프트웨어 기반 의사난수 생성기에 의존했다.
이 때문에 시드 엔트로피는 의도된 128비트보다 크게 낮은 최대 40비트 수준까지 떨어졌고, 공격자는 가능한 시드값을 미리 계산한 뒤 블록체인 주소와 대조하는 방식으로 개인키를 추론할 수 있었다. 물리적으로 지갑을 확보하거나 기기를 해킹하지 않아도 단일서명(Single-signature) 지갑의 자산을 탈취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갤럭시리서치는 첫 번째 대규모 공격이 지난달 30일 발생했으며 1시간도 되지 않아 1200개 이상 주소에서 1000BTC 이상이 빠져나갔다고 설명했다. 이후 두 차례 추가 공격이 이어졌으며, 현재까지 약 7300개 주소에서 모두 1596BTC가 탈취된 것으로 집계됐다. 별도로 약 14건의 소규모 공격 사례도 확인됐다.
갤럭시리서치는 미국 연방 수사기관과 디지털자산(가상자산)거래소, 사이버보안 기업들에 공격자로 추정되는 약 600개 주소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확인된 탈취 자금의 약 90%가 아직 이동하지 않은 상태라는 점도 이번 사건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펌웨어 업데이트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콜드카드 제조사 코인카이트(Coinkite)는 취약점을 수정한 펌웨어를 배포하고 문제가 있는 재고 출하를 중단했다. 그러나 이미 취약한 버전에서 생성된 시드는 업데이트만으로 안전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코인게이프에 따르면 코인카이트는 4.1.x 이전 또는 해당 시기 펌웨어에서 생성한 시드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시드를 생성한 뒤 자산을 즉시 이전할 것을 권고했다. 단순히 펌웨어만 최신 버전으로 올려서는 기존 시드의 위험을 제거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코인카이트는 기기 내부 난수 생성기에만 의존하지 않고 주사위 굴리기(Dice-roll) 방식으로 추가 엔트로피를 생성하는 방법도 권장했다. 여러 제조사의 하드웨어 지갑을 활용한 멀티시그 구성은 일부 공격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리플 명예 CTO “전통금융과 달리 보험도 없다”
데이비드 슈워츠 명예 CTO는 X(옛 트위터)를 통해 이번 사건이 자기보관 방식의 구조적 위험을 다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코인게이프에 따르면 슈워츠는 2011년 MF글로벌 파산 사례를 언급하며 전통 금융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사고는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통 금융은 일정 수준의 보험과 투자자 보호 장치가 존재하지만,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자기보관에서는 이런 안전망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하드웨어 지갑 자체가 안전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도 강조됐다. 비트코인 프로토콜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문제는 시드 생성 과정의 구현 오류였다고 코인게이프는 설명했다.
갤럭시리서치는 피해 이용자들에게 탈취된 주소와 거래 ID를 X 계정 ‘@intangiblecoins’로 제보해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