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경 라온로보틱스 대표
국내 유일 진공로봇 양산 기업
먼지 없이 정밀하게 작동하는
반도체 웨이퍼 이송 솔루션
국내 시장 30% 이상 점유해
지난해부터 중국 등 직진출
또 다른 시험실에서는 진공 체임버 안에서 웨이퍼 이송 로봇이 고온·고진공 환경에서도 오차 없이 작동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도체 생산라인이 멈추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이는 '혈관' 역할을 하는 로봇이다.
라온로보틱스는 웨이퍼 이송 로봇과 이송 솔루션을 전문으로 개발하는 반도체 로봇 기업이다.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반도체 공장 진공 체임버 안에서 사용하는 반도체 진공 로봇 양산 기술을 갖췄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김원경 라온로보틱스 대표는 "반도체 제조는 웨이퍼 위에 회로를 그린 뒤 식각과 증착, 세정 등 500~600단계에 이르는 공정을 거쳐 완성된다"며 "웨이퍼 한 장이 최종 반도체가 되기까지 약 3개월이 걸리는 만큼 웨이퍼를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기술은 생산성과 수율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고 했다.
반도체를 만드는 핵심 공정은 진공 상태에서 진행된다. 웨이퍼는 대기 환경에서 진공 환경으로 이동하고, 다시 고온 플라스마 환경을 거치며 제품화된다. 로봇은 최대 700도에 달하는 고온과 진공 상태라는 극한 환경에서 작업하면서도 미세한 파티클(먼지)을 발생시키지 않아야 한다.
김 대표는 "반도체 생산라인은 한 번 생산 공정이 멈추면 손실이 막대하다"며 "장비를 교체하기 위해 진공 상태를 다시 형성해야 하고 생산 차질까지 발생하기에 피해 규모가 억대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충분한 양산 레퍼런스를 확보한 기업의 제품만 채택한다.
라온로보틱스는 국내 시장에서 30~40%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국내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고객사다.
라온로보틱스가 세계적인 기업들과 어깨를 겨루게 된 것은 초기부터 연구개발 중심 조직을 두고 꾸준히 투자해왔기 때문이다. 전체 임직원 165명 가운데 약 40%가 로봇 개발과 연구 인력이다.
김 대표는 1990년대 대우중공업에서 로봇을 개발하는 엔지니어로 일하며 전문성을 쌓았고 이를 살려 2000년 라온로보틱스를 창업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 양산라인에 처음 제품을 공급하는 데 10년, 삼성전자 양산라인에 진입하는 데 또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고객사를 다변화했고, 2021년 코스닥 상장 이후 성장세가 본격화됐다.
라온로보틱스는 지난해 매출 540억원, 영업이익은 4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부터는 중국 등으로 수출하며 해외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현재 해외 매출 비중은 10% 수준이다.
라온로보틱스는 다음 승부처로 중국을 꼽는다. 김 대표는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재편으로 중국 장비업체들이 미국 기술을 대체할 공급망 확보에 나서면서 한국 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라온로보틱스는 단순한 로봇 제조를 넘어 팹(Fab) 자동화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도 추진하고 있다. 웨이퍼 이송 외에 공정 자동화 솔루션과 웨이퍼 검사장비까지 사업을 확대해 반도체 자동화 전반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이다.